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했다든지, 입시에 실패하면 우울해 지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속상한 일을 당하면서 느끼는 감정적 고통은 정상적인 반응이며, 이러한 정상적인 우울감은 며칠 내지 몇 주가 지나가면 저절로 회복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갑자기 잠도 안 오고 기분이 우울하고 불안하면서 식욕이 떨어진다든지, 그럴 만큼 심각한 상황이 아닌데도 지나치게 절망에 빠져 있거나 의욕을 상실하는 상태가 몇 주, 몇 달을 지속하면 ‘우울증’을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우울증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자살사고입니다. 평소 잘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우울증에 빠져서 자살하게 되면 죽은 본인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남은 가족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로 남게 됩니다. 요즘 경제가 어려워 지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45분 마다 한 명씩 자살한다고 하는데, 그 중 80%는 우울증 환자입니다. 생명의 가치가 경시되고 사회갈등과 경제난이 심각해질수록 자살은 늘어납니다. 자살방지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우울증을 얼마나 빨리 인지하고 치료하는냐’ 입니다.
우울증 환자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속된 말로 환자를 두 번 죽이는 말입니다. 자기 생각이나 의지대로 조절이 된다면 병도 아닐 것 입니다. 자기 마음이지만 자기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으니까 병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울증은 인격적인 문제나 성격적 결함으로 보면 안됩니다. 질병은 개인의 자질이나 인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냥 불행히도 병이 내게 찾아 온 것뿐입니다.
가뜩이나 의기소침해진 사람을 더 몰아 붙이면 죽으라는 소리밖에 안됩니다. 사실 우울증의 고통은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심각합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길거리의 거지도 자기 보다는 행복해 보이며, 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고 누워있는 사람을 보고도 나도 차라리 어디 뼈라도 부러졌으면 하고 바랍니다. 진정한 우울증은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우울증은 단순한 심리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우울증이 오면 슬프다기 보다는 오히려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람은 의욕과 관심, 성욕, 식욕, 수면 리듬과 같은 생리적 욕구가 있어야 살아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울증에 걸리면 이런 정상적인 생리적 욕구가 감소하거나 이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리고 우울증에 걸리면 신체적인 증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것을 종합해 보면 우울증을 단순히 영혼이나 인격, 심리적인 문제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우울증은 뇌의 신경에 이상이 오는 질병임이 이미 밝혀 졌습니다. 혈압을 조절하지 못하면 고혈압이 되고,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이 부족하면 당뇨병이 오듯이 의욕이나 관심, 정서를 조절하는 뇌신경에 이상이 오면 우울증이 오는 것입니다.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 아니라 뇌의 병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의 뇌는 성능이 우수한 컴퓨터와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복잡한 심리와 행동은 뇌에서 관장을 하는데, 우울증이 오면 신경세포들간의 신호전달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컴퓨터가 이상을 일으킨 셈으로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에 걸리면 꼭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쪽으로만 상황을 해석하게 됩니다. 이것은 뇌신경에 이상이 생겨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뇌의 회로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우울증에서 약물치료란 바로 이 고장 난 신경을 바로 잡는 것입니다. 따라서 항우울제는 단순한 신경안정제나 수면제가 아니라 고장 난 뇌를 치료하는 약입니다. 물론 처음 우울증에 걸리면 치료하지 않아도 1년 이내에 대개 좋아집니다. 그러나 좋아할 일이 아닌 게 그 때만 좋아지는 것이지 2/3는 재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 항우울제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입니다.
우울증은 증상이나 분류에 따라서 적절하게 약을 복용할 경우에는 대부분 1개월 이내에 많은 호전을 보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항우울제의 복용으로 증상이 좋아지더라도 초발인 경우에는 최소한 6개월 이상 항우울제를 복용해야 우울증의 재발을 막을 수 있으며, 재발한 우울증의 경우에는 수년 이상 꾸준히 약물을 복용해야 재발을 막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울증이 호전되더라도 약의 용량을 바로 줄이거나 끊는 것은 위험하며 반드시 담당의사와 충분히 상의한 후에 서서히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울증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무기력하고 절망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행위가 불가능하고, 오히려 타인에게 불쾌한 느낌을 주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우울증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그러한 모습을 완전히 이해 하기가 어려우며,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당신의 마음을 오히려 상하게 하는 말과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를 도와주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빨리 받게 하는 것입니다. 증상이 좋아질 때까지 계속 치료를 받게 하고, 호전이 없을 경우 다른 치료를 계속 받게끔 도와 주는 것입니다. 진료 예약을 하고 의사에게 진료를 받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우울증 환자가 약을 잘 먹도록 주위에서 지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진정한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해, 인내, 공감과 격려를 말합니다. 대화에 참여 시키고 주의 깊게 이야기를 경청해야 합니다. 자살에 대해 말하는 것을 묵살하지 말고 반드시 의사에게 알리십시오. 그리고 이전에 환자가 즐겨 했던 운동이나 취미, 활동들을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지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정중하고 부드럽게 권유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너무 조급하게 강요하지 마시고, 또한 환자가 갑자기 태도가 바뀌어 지리라고 기대하지도 마십시오. 우울한 사람은 기분전환이나 친구가 필요 하지만 너무 많은 요구는 오히려 좌절감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우울한 사람을 일부러 그런다거나 게으르다고 비난하지 마십시오.
결국 적절한 치료를 함으로써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가 좋아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고, 주위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격려하고 도와주면 훨씬 더 빨리 회복될 것입니다.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는 진료비가 더 많이 나오겠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인 경우에는 의료보험을 적용해서 처음 진료를 받는 경우(초진)에 본인 부담금이 12,000 ~ 15.000원 정도이며 처방하는 약의 종류에 따라서 다소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재진 시에는 1주일 약값을 포함해서 보통9,000원 정도 나옵니다. 검사를 따로 했을 경우에는 진료비가 더 나올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건강보험공단에 진료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는 경우는 보험적용을 하지 않고 진료를 받으시면 됩니다. 진료비는 보험수가의 3배정도 나옵니다.